사랑니가 나올 때쯤이면 이제 충분히 “사랑을 배웠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니를 뽑는 건 어쩐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가족 중 한 명쯤은 사랑니를 빼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사랑니는 무조건 뽑아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랑니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자라고 있으며, 칫솔질도 잘할 수 있다면 굳이 뽑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니가 어딘가 수상하게 자라고 있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발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사랑니가 정확히 뭘까요?
사랑니는 제3대구치, 즉 입안 가장 뒤쪽에 마지막으로 나는 어금니입니다.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나기 시작하는데, 아마 이 시기가 어느 정도 ‘사랑’을 배우는 나이라고 생각해서 사랑니라는 이름이 붙었겠죠.
문제는 그때쯤이면 이미 치아의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똑바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비스듬히 자라거나 잇몸에 일부 덮인 채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예 턱뼈 속에 묻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옆으로 누워 앞에 있는 어금니를 밀면서 자라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랑니를 가지고 있을까요?
인류의 조상들은 지금보다 훨씬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뿌리채소나 견과류처럼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어금니가 하나 더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식습관과 음식 조리법이 바뀌었고, 사람의 턱도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 결과, 예전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들어갈 자리가 부족한 사랑니가 생기게 된 것이죠.
말하자면 아버지가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차고에 오래된 장비를 계속 보관하는 것과 얼추 비슷합니다.
사랑니는 왜 이렇게 문제를 많이 일으킬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간 부족입니다.
기숙사에서 작은 방에 룸메이트 셋과 함께 지내본 적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아무리 얌전한 사람이라도 불편해지겠죠.
사랑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공간이 없어 정상적인 위치까지 나오지 못하면 매복이 될 수 있습니다. 매복 사랑니란 사랑니가 정상적인 방향과 위치로 나오지 못하고 잇몸이나 뼈, 또는 다른 치아에 막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진)
사랑니는 모두 뽑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나와 있고, 건강하며, 통증이나 감염이 없고, 칫솔질을 통해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치과에서 발치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관찰하도록 권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아무 문제 없는 치아를 뽑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면 치과에서 발치를 권할 수 있습니다.
충치
사랑니는 입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칫솔이 닿기 어려운 깊은 곳에 있죠.
아무리 열심히 양치해도 사랑니까지 제대로 닦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음식물과 치태가 쌓이고, 충치가 생기기 쉬워집니다.
잇몸 염증과 감염
사랑니가 잇몸 밖으로 완전히 나오지 않고 일부만 올라온 경우에는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곳에 음식물과 세균이 쌓이면 잇몸에 염증이나 감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잇몸이 붓는다
잇몸이 눌렀을 때 아프거나 욱신거린다
입냄새가 심해진다
입안에서 불쾌한 맛이 난다
입을 크게 벌리기 어렵다
특히 몇 달에 한 번씩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붓고 아프다면, 치과에서 사랑니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앞의 어금니에 영향을 주는 경우
사랑니가 똑바로 자라지 않고 앞쪽의 어금니를 향해 기울어져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랑니와 앞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끼기 쉬워지고, 칫솔이 닿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랑니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는 앞 어금니의 충치나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밖의 문제
드물게 사랑니 주변에 낭종(물혹)이 생기거나 주변 조직에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겉으로만 보고 알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치과에서는 구강검진과 함께 치과 X-ray를 통해 사랑니의 위치와 주변 상태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사랑니는 하나도 안 아픈데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통증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니는 별다른 증상을 만들지 않으면서 주변 치아나 잇몸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너무 조용하면 부모님이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처럼, 사랑니도 너무 조용하다고 해서 항상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치과에서는 사랑니가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자라고 있는지, 주변 치아나 뼈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X-ray 촬영을 권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사랑니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치아인 것은 아닙니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위치에 있으며,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굳이 발치하지 않고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간이 부족하거나,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자라거나, 반복적인 염증·충치·주변 치아 손상 등의 문제가 있다면 치과에서 발치를 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과에서 사랑니 발치를 권했다고 해서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발치 후에는 조금 불편하고 붓거나 아플 수 있지만, 적어도 며칠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을 아주 그럴듯한 핑계가 생기니까요.
다만 사랑니 발치는 단순히 “아픈 치아를 뽑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더라도 작은 문제가 더 큰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발치를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랑니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내 사랑니가 어떤 상태로 자라고 있는지입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X-ray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내 치아에 정말 발치가 필요한지 치과의사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